678 987 8767653

이 숫자들을 아십니까?

울티마 5를 하셨던 많은 분들이 아직까지 이 숫자들을 외우시더군요. 그만큼 대표적인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어 첫 번째로 소개합니다.

이 숫자들은 하프시코드라고 하는 악기의 건반 번호를 나타내는데 간단히 말해서 악보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울티마 5에는 하프시코드가 있는 방이 있는데 이 악기 앞에 앉아서 키보드 숫자 키를 누르면 연주를 할 수 있답니다. 그럼 이 숫자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아볼까요?

Empath Abbey 성에 가면 젊은 음유시인인 Tim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와 나눈 대화는 대충 이렇습니다.

“저는 이 성의 음유시인입니다. 사람들에게 훌륭한 음악을 들려주는게 제 일이죠. 혹시 하프시코드 연주 좋아하십니까?”

“네. 좋아합니다.”

“로드 브리시티가 실종된 후로 그의 궁정 작곡가인 Kenneth 경이 브리타니아를 떠돌아 다닌답니다. 여기 저기서 음악 레슨을 하고 그 댓가로 그 지역의 민속 음악을 모으고 있다네요. 브리타니아의 민속 음악을 수집할 생각인가 봅니다.”

“민속 음악이라…”

“그가 최근에 Trinsic에서 발표회를 마치고 남쪽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가끔씩 로드 브리티시가 가장 좋아했던 이올로의 곡 악보를 가르쳐주기도 한답니다.”

“악보를 알려준다 하셨습니까?”

“네. 어떤 사람들은 최고의 악기로 그 음계를 연주하면 마법과도 같은 기적이 생긴다고 말하지요. 왕에게 걸맞는 그런 훌륭한 악기로 연주하면 말입니다.”

마법과도 같은 기적! RPG에서 이런 표현이 갖는 의미심장함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그래서… 바로 그를 찾아 떠났죠. 그가 바다를 건너지 않았다면 Serpent's Hold 성이나 Greyhaven 등대에 있을게 분명했습니다. Trinsic 남쪽에서 사람 사는 곳이라곤 그 두 곳 뿐이니까요.

며칠 후 Greyhaven 등대에서 그를 찾았답니다.

“브리타니아 최고의 작곡가인 Kenneth 경께 음악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게나. 지식의 서에 있는 ‘음악’ 챕터를 펴고 ‘스톤(Stones)’ 악보를 익히도록 하지. 네 개의 줄 위에 그려진 연속된 사각형 모양이 음표라네. C 문자가 ‘도’ 음계를 나타내는데 두 번째 줄에 있는 음표가 여기 해당하지. 첫 세 음계는 ABC라네. 그렇다면 그 다음 세 음계는 뭐겠나?”

DCB가 될겁니다. ABC DCB, ‘라시도 레도시’, 이렇게요.”

“그렇지. 대부분의 하프시코드 키보드에는 각각의 숫자가 써있다네. ABC는 678에 해당하지. 그러면 그 다음 세 음계는 어떤 숫자로 나타낼 수 있겠나?

“987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잘했네. 그래서 첫 번째 마디는 678 987 8767653 이라네. 음계를 배웠으니 이제 연습을 좀 하게나.”

대화가 매끄럽게 풀리면 위와 같이 되겠지만… 처음 울티마를 했을 당시에는 어림도 없었지요. 영어 사전을 찾아보니 대충 무얼 묻는지는 알겠는데 문제는 그 ‘지식의 서’가 없었다는 겁니다. 정품 패키지에만 들어있는 매뉴얼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스톤’이 어떤 곡인지도 몰랐습니다. BGM을 들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한 가지 문제만 아니었으면 가뿐하게 무시하고 지나갔을 겁니다. 하지만 그 문제가 상당히 심각했답니다.

그 문제란 정답을 말할때까지 끊임없이 묻는다는 것이었죠. 그에게 붙잡히면 저장도 못하고 그대로 컴퓨터를 꺼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오기가 생겨서 종이를 한 장 꺼내놓고 적기 시작했죠. A-A-A, A-A-B, A-A-C, … 이렇게요. 지금 생각해보면 수형도를 그린 거였습니다. 그 어린 나이에 그런 생각을 한 걸 보면 확실히 게임이 아동의 인지력 발달에 도움을 주는가 봅니다^^;

하나씩 줄 그어가며 입력하다가 DCB에서 지긋지긋한 “틀렸네. 다시 해보게!” 가 아닌 처음 보는 문장이 나타날 때 얼마나 기뻤는지…

비슷한 추억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수 있을겁니다. 아마도 그래서 이 에피소드가 많은 분들께 기억되는게 아닐까 싶네요.

핵심은 그렇습니다. 중간에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끝까지 찾았다는 것이죠.

이 비밀의 숫자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도 적으려 했는데 얘기가 너무 길어졌네요. 다음 포스트에 이어서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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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곡은 ‘Ymochel the Drow’라는 울티마 유저가 직접 부른 ‘스톤’으로 The Stones Archive에서 가져온 파일입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곡들이 있으니 꼭 방문해 보세요. ‘스톤’의 번역된 가사는 울티마 가이드의 음악 장에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댓글 7개가 달렸습니다. 태그: ,

  1. vervain | 2007-05-05 17:05

    또 이 곡을 들으니 아련하군요.. :)

  2. wystan | 2007-05-05 23:50

    ‘아련하다’라는 좋은 표현이 있다는 걸 생각 못했네요^^;
    다음에 이 곡을 설명할 기회가 있으면 꼭 써먹어야겠습니다~

  3. drzekil | 2007-05-24 01:10

    오.. 스톤….
    정말 명곡입니다..

    스톤이 처음 나온게 울티마5였군요..
    집에가서 울티마 OST CD를 찾아봐야겠습니다..
    분실했으면 어쩌나.. 걱정되네요..

  4. wystan | 2007-05-24 02:19

    네. 울티마 3편부터 게임에 배경 음악이 포함되었는데 ‘스톤’이 처음 등장한 것은 5편부터라고 하네요.

    OST 시디가 도망가지 않고 얌전히 있기를 바랄게요~ ^^
    요즘에는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5. asdf | 2007-07-24 18:24

    전 외전(?) 부터 즐긴 사람이라 354237875 라는 flute 음계를 지금껏 기억하고 있지요.

    움... 그리고 7, 7-2, 8, 6, 5. 요상한 순서로 즐겼네요 -.-
    울티마 세계는 멋진 곳입니다...

  6. wystan | 2007-07-24 22:12

    울티마 언더월드에서는 플룻 연주도 들을 수 있나보군요. :-)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브리타니아와 로드 브리티시, 아바타와 그의 동료들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서 울티마의 세계가 얼마나 매혹적이었는지를 다시금 느낀답니다.

  7. soolpang | 2010-01-20 13:35

    2년 반 전에 마직막 댓글이 있군요.
    너무 늦은 감은 있지만 공감가는 글입니다.
    추억을 많이 만들어준 게임이죠…

    그리고 지금 제 핸드폰 벨소리가 ‘Stones’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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